미래학자는 최 윤식은 미래학은 정교한 분석에 의한 예측이지 예언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예언은 신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분명하지만 이 책은 예언에도, 예측에도 속하지 아니다. 미래학과 거리가 먼 책이란 뜻이다. 이 책은 현재 일어나는 일-드러나는 일, 또는 드러나지는 않지만 물 밑으로 흐르는 활동-에 대한 세심한 관찰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어서, 최근 10여년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다시 세밀하게 복기하듯 살펴본 결과이다.
대체로 독일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쓴 내용이지만, 사실은 전세계 주요 선진국들의 활동을 같이 보면서 살펴본 내용이다. 모든 것에는 인과가 있음을 상기하면서 살펴보니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일들이 보다 선명하게 보인다.
이렇게 보이는 미래의 모습과 한국의 미래를 함께 투영해보는 일은 운명처럼 잘 피해지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조국에 대한 사랑과 관심, 더 나아가 아이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괜찮다, 다 잘 되겠지’라는 낙관론도 필요하지만, 이 순간에는 ‘ 음…심각한데…서둘러야 무엇인가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아’ 라는 조심스러운 경계론을 생각해 보게 된다. 뻔한 쓴 소리를 책의 지면에 할애하고 싶지는 않았다. '넛크래커에 끼인 신세'라는 등의 이야기는 더더구나 할 소리는 아니라고 다짐했다. 그렇다고 해도 무턱대고 ‘앞으로 조심하세요’ 라고만 할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국가와 기업들이 나서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정리를 하고자 하였다. 얼마나 알아 줄 지는 모르는 바이지만 진정성을 실었다.
사실 책에서 제시하는 것들이 그렇게 만만하게 성취하기 쉽지 않은 아젠다일 것으로 본다. 그러나 분명하게 말해 두어야 하는 것은 세상은 그 방향으로 반드시 간다는 것이다. 시간의 지연이 있을 뿐, 또 우리가 뭘 하든, 않든 관계치 않고 세상은 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이런 이와 유사한 경험을 지난 10수년간 여러 차례 한 바가 있어서 좀 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10년전에 쓴 책-디지털매뉴팩처링, 5년전에 발표한 – 대한민국이여 프론트로딩하라-를 보고 이제 부랴부랴 전화를 주는 이들도 있다. 그때는 관심이 없었지만 이제 돌이켜 보니 책에서 쓰인 내용들이 당장 자신의 이야기가 되었으니 좀 도움을 달라는 것이다. 조금 늦었지만 그런 분들께 성심을 다해서 돕고 싶다.
세상은 늘 그런 모양이다. 뉴코먼(Newcomen)의 증기기관은 제임스 와트(James Watt)에 의해 1776년에 크게 개선되면서 세상을 바꾸는 기계가 되었을 때도 그러했다. 누군가는 크게 도약을 했고 누군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만 했다. 그 차이는 단 한가지. '변화를 수용하였는가? 아니면 하지 않았는가? '이었다.
독일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 그들이 꿈꾸는 인더스트리 4.0은 무엇이며, 왜 그것을 하고자 하는지? 우리는 수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좀 더 상세히 알아보고자 하였다. 또 다른 나라들은 어떤 위치에서 활동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 보는 노력도 하였다.
이 책의 구성은 3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에서는 독일 인더스트리4.0의 배경과 비전, 추진 방향, 참여하는 기업 등에 대해서 소개하는 것에 할애 하였다.
그러나 누구나 이야기하는 것처럼 인더스트리4.0의 진행에 박수만 치는 뻔한 이야기는 아니다. 낙관적 관점이 아니라 남들이 보지 않는 시각의 날을 세워 놓고 바라보기도 하였다. 특히 CPS에 대해서는 이것이 미칠 잠재적 변화의 충격과 함께 이런 분야에서 활약할 기회의 관점도 보고자 하였다. 2장에서는 한국을 둘러 싼 산업 경쟁국들-일본, 미국, 중국 그리고 독일의 현황과 활동에 대하여 주변잡기를 말하는 것처럼 쉬운 필체로 기술하였다. 그 실제 모습을 상징성 있는 사실들과 사례들로 설명하였다. 3장을 통해서는 실질적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제공할 핵심 부분을 논하는데 할애 하였다. 왜 스마트공장이나 디지털공장이란 개별적인 표현을 접어두고, 두 가지 개념이 합쳐진 스마트디지털공장을 말하는지, 또 왜 여기에 인간중심이란 용어를 포함했는지도 설명한다. 이는 한국의 현실과 상황을 고려한 노심초사한 노력의 산물이다. 적지 않은 경험과 그간의 지식이 녹아낸 결과이다. 또 이를 통해서 추구할 것이 무엇이며 어떤 것들을 성취할 것인가에 대하여 논하고자 하였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국가의 미래를 기획하며 고민하는 사람, 기업에서 전략 및 기획을 추진하는 이들에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에서 후학을 지도하는 분들도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반복적인 육체적인 노동활동에 기반하거나 간단한 기능에 의존하는 업무, 더 나아가 단순한 지적인 활동으로 영위하던 일들이 없어질 직업군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이들도 읽어 볼 것을 권한다.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던 것과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산업전쟁시대에서 대한민국이 제 2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킴에 있어서 조그만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2015년 5월 책을 내면서 3인의 공저를 대신해서 썼던 글을 다시 회상해 본다.